[책] 고백 - 미나토 가나에 | Diary

사람을 빛과 어둠으로 분류한다면 나는 어둠에 속한 인간이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빛에 속한 사람을 동경한다면
어쩌면 그 빛과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빛을 위하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파도 위를 천진스레 날고 있는 나비에게 괜스레 바다의 깊이를 일러주고 싶지는 않다.
설령 그것이 위험한 일일 지라도 그 찬란한 날개짓을 언제까지고 보고 싶을 터이다.

나는 균형을 추구하는 인간이다.
나는 어둠에 속한 인간이기에 어둠에 치우친 균형을 추구하는 인간이다.
악한 사람은 선홍빛 피가 난무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일까?
유쾌한 사람은 코미디(내가 보기엔 대개 쓴웃음만 나오는)를 좋아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저마다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잔혹한 성정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그의 생활이 자신의 균형점에서 벗어나 있다면 눈물을 자아내는 작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
제 아무리 유쾌한 사람이라도 좋아하는 장르는 코미디가 아닌 호러나 드라마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공포물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자신의 균형점과 현재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나는 가끔 악의에 가득찬 말들이 못 견디게 즐겁게 들릴 때가 있다.
설령 그 악의가 나를 향한 것일 지라도 웃음이 터져나오려 해서 곤란한 적도 있다.
나는 어둠에 속한 인간이지만 가벼운 혹은 무거운 악의를 발산할(혹은 접할) 기회가 굉장히 드물기에
때때로 접하는 악의는 나를 채워준다.

이번에 읽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고백은 꽤나 악의가 서린 소설이다.
내 딸을 죽인 범인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라는 여선생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시종일관 읊조리는 듯한 서술로 몇 사람의 시선을 거쳐 그녀의 복수를 지켜보게 하고 있다.
시작이 굉장히 자극적이었고 결말도 깔끔했다.
이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소설은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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