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다녀왔다. | Diary

주말을 이용해서 집에 다녀왔다.
왕복 12시간 정도 걸렸던가.
차 끌고 다니면 왕복 5 시간이면 될 텐데 대중교통으로는 엄청 오래 걸린다.

아무튼,
오랜만에 원주 가서 보니 원주가 참 살기 좋은 동네 같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파주는...
한참 발전중이라 아직 부족한 것도 많고, 없는 것도 많고, 도시가 너무 번잡하다.
여기저기 온통 공사중이고.

내 고향은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한번도 물난리 같은 재해를 겪은 적이 없는 안정적인 지역이다.
시골이라는 점만 빼면 뭐 하나 부족할 게 없고,
시내의 중심까지 대략 20분이면 진입하니까 교통편도 좋다.
버스 타면 한 시간이나 걸리지만.

원주에 대학이 많은 것도 꽤나 큰 장점이다.
지방이라 집 값도 싸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평생 살 곳으로서 생각해보면 파주보다는 원주가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전에 공부할 때에 비하면 요즘은 살만하다.
공부할 때에도 항상 생각 했던 것이지만,
나는 어디든 쉽게 적응하는 편이다.
의외로.
정말 의외로.
엄청난 하향 지원이었던 2년제 전문대 진학.
이 때는 내가 나를 잘 몰랐다.
장학금을 준다기에 갔고, 당연히 졸업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지금이었다면, 아마 예상할 수 있었겠지.
입학 하는 순간 졸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것을.
대학 생활 중 3년간의 휴학.
이 때는 내가 스스로에 대해서 좀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공부 하면서 항상 생각했다.
나는 공부  때려치고 일단 취업 하면 직장에 완전히 정착할 것이 분명하다고.

어렸을 때에는 꿈을 쫓았다.
세상이 정말 내 것 같았다.
고등학교 입학 후 두 달 여만에 자퇴를 한 것도 당연히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능을 보고 괜찮은 대학을 차버린 것도 당연히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휴학을 하고 자격증을 준비한것은...
꼬여 버린 내 인생에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 기간은 내 아쉬움에 어쩔줄 몰라 하던 시간이었다.

꼬여 버린 인생.
내 위치가 얼마나 아래로 내려왔는지 스스로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살만하다.

어렸을 때 공부를 한 것은, 별달리 할 것도 없고 공부할 능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딱히 뭔가 하고 싶은 게 없었다.
수능 공부도 내가 기억하는 열심히 한 시간은 한 넉 달 쯤 될까?
적당히 놀면서 보낸 대학 생활.
그리고 자격증 준비. 
1차 시험을 너무 쉽게 통과하는 바람에 시험을 아주 우습게 봤다.
내가 열심히 했던가?
나는 생각했다.
내가 붙으면 이건 진짜 우스운 시험이겠다고.
그렇게 삼 년을 날렸다.
놀기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했다고 말 할 수 없는 흘러간 시간.

나는 머리가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딱 평범한 수준인 것 같다.
나는 대부분의 것들을 남들보다 빨리 배우는 편이다.
그리고 남들보다 빨리 질린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 어설프게 손댈 수는 있지만 한 분야도 전문가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나의 가장 큰 특징.
나는 안주한다.
바라는 것이 없기에 안주한다.
아마 불교와 인연이 있었다면 출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몇 번인가 했었다.
수도자의 삶도 쉽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내게 잘 맞았을 것 같다.
 
나는 직장인이 되었다.
별 일 없다면 정년까지 버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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