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 Diary

한 때 비 오는 날을 미친듯이 좋아했다.
아마.. 소나기를 읽은 후로 몇 년 동안은 비 오는 날 이상하게 힘이 난 것 같다.
소나기..
덕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보라색이 되었고,
내 이상형도 그 소녀에 맞추어 조금쯤 변했겠지.
 
오늘도 비가 내렸다.
사실 비가 내린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밖에 나가보니 온통 젖어있더라고.
솔잎에 맺힌 물방울이 참 보기 좋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럴까?
더 이상 비 오는 날이 달갑지 않다.
어둡고 습하고 눅눅하고..
 
으음.. 그저께인가.. 어제인가..
실물보다 눈이 크게 사진 찍는 법을 터득했다.
아 쪽팔려 ㅡㅡ;
아무튼 더 이상 사진빨에 속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날이 그 날이고,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다.
한 주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가고 있다.
시험은 91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유 없이 여유롭다.
 
오늘 멍~해진 상태로 한참동안 창 밖을 바라보았다.
요즘 내 상태는 한 마디로 멍~.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안경도 안 쓰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줄기차게 연습중인 캐논변주곡을 꺼내놓고 치려는데
악보는 안 보이지 정신은 없지.. 아직 한참 연습해야 겠다 싶더라.
무슨 일이든 3만번을 하면 자기 것이 된다고 하지?
하루에 한 번씩 친다고 가정하고 3만번 치려면 도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걸까?
하루에 100번씩 8년을 쳐야 하는군.
적당히 칠만해 지면 다른 곡으로 넘어가야겠다.
내가 무슨 피아노 전공인 것도 아니고 완벽하게 칠 필요는 없잖아.
초등학교 때 잠깐 배운 게 다인데..
다음 곡은 미칠듯이 어려운 곡으로 도전해봐야겠어.
영화에 보면 주인공이 비탄에 빠져서 치는 그런 곡들 있잖아.
 
내일 아침에 시내 가서 잠시 에너지 보충 좀 하고 와야겠다.
님은먼곳에는 알바 동원 했을 텐데 평점 머니?
이런.. 놈놈놈도 평점은 별로네 ㅠㅠ 상관 없어!!!
 
얼마전에 하~도 심심하길래
20대에 꼭 해야할 xx가지 라는 책을 잠깐 봤는데,
이건 뭐 도무지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니더군.
그저 출판사에서 돈을 벌기 위해 찍어낸 책이었다는 느낌.
그 유명한 칭찬은고래도춤추게한다는 나름 괜찮았어.
다 읽지는 않았지만.. 읽다가 책꽂이에 꽂아놨는데 다음날 보니 없더군.
찾기 귀찮아..
 
갑자기 달콤한 인생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어차피 이틀로 소화 못한 강의 분량이었으니 오늘도 깔끔하게 영화 한 편 보는거다..
라고는 하지만 3시부터 뭐하는 거니 운진군?
 
아악;;
위디스크에 달콤한인생이 없다!!
그럼 난.. 난..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어쩔 수 없군.
방금 검색한 패밀리 맨을 보겠어.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나온 영화라지만,
난 늦은 봄에 혼자 캐롤을 틀어놓고 즐기는 남자가 아닌가 말이다!
 
-----------------------------
패밀리맨..
봤던 영화다.
아..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전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이 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난..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내게 놓여진 길은 언제나 갈림길의 연속이었다.
가지 않은 길.. 그 길에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었을지는 알 수 없다.
후회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물론.. 더 좋은 길은 언제나 있었겠지.
 
난 축복 받고 태어났다.
뭐든 노력한 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보답 받았으니까.
지금은 부실체력의 표본이 되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했으면 난 운동선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친구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지금쯤 연락하고 있을 친구들이 참 많이 있겠지.
 
내가 누군가와 진정 사귀고 싶었으면..
지금쯤 내 곁에 누군가 있지 않을까?
 
아마 내가 스무살이 되기 전까지 나는 소설 속에서 나오는 그런 사랑을 꿈꾸고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누군가와 만나지는 않으면서 난 편지만 썼지.
 
난 좀 더 나은 삶을 원했다.
난 좀 더 큰 집을 원했고,
좀 더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중에 내가 살 집에는 피팅룸이 있고,
음악감상실이 있고,
앞 마당에는 정원이 있고,
주위엔 계절별로 나누어진 정원이 있고,
조금 걷다보면 개울이 흐르고..
 
구질구질하게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어떤 식으로든 정돈된 삶,
완벽에 가깝도록 재단된 삶을 살고 싶었으니까.
 
누군가와.. 진짜 누군가와 사귀는 것은 내가 나에 대한 확신이 설 때,
무언가 이루어 놓은 후로 하고 싶었다.
그리곤 말하고 싶었다.
날 봐. 난 이런 사람이야. 그러니 나를 봐 줘.
하지만 난 아직 무엇도 이루지 못했다.
 
패밀리 맨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변두리의 삶에 만족할 수 있을까?
답은 나와 있다.
물론이지. 나는 만족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내 삶에 초라하고 궁박한 삶을 그려보지 않았어.
비좁은 아파트에 아이들이 널어놓은 장난감을 밟으며
한여름에 비지땀을 흘리는 그런 삶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
 
휴...
복잡하다.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니?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설 때 까지... 판단은 보류하겠어.
 
정운진.
넌 정말 어쩔 수 없구나.
난.. 변하긴 한걸까?
 
진짜로 치열하게 살아왔으면 지금쯤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겠지?
 
지금도 내게는 여러 갈래의 길이 놓여 있다.
그냥 취직해서 적당히 봉급 받으며 어찌어찌 만난 누군가와 살아갈 수도 있어.
 
졸업 전까지는 부모님께 손벌려서 툭하면 여기저기 술 마시러 다니고 놀러 다니며 살아갈 수도 있어.
 
그리고..
그래,
열심히 공부해서 그동안 놓쳐버린 기회들을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도 있겠지.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졸려;;  (0) 2008.08.02
님아 어쩔?  (0) 2008.07.29
체계적 위험의 접근  (0) 2008.07.25
부자가 되자!  (0) 2008.07.23
There R nothing to anoying me.  (0) 2008.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