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막장 | Diary



나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
나는 운동을 하지 않는다.
여름엔 밖에 나가지 않는다.

어젯밤에도 땀을 흘리며 잤더니 아~주 개운해.
점심 먹고 공부도 하기 싫고 잠도 솔솔 오길래 잠시 눈을 붙이긴 했지만.

난 참 땀이 많은 편이야.
조금 매운 음식을 먹는다던가,
더운 날 밖에 나돌아다닌다던가 하면 샤워를 하고 온다니까.

몸에 쌓였던 노폐물이 빠져나가는건가..

여기 도서관 청소 아줌마는 열람실 청소를 너무 대충하고 있어.
어제 아침에는 그나마 오랜만에 대~충이라도 청소를 하긴 했는데,
한 일주일쯤 바닥에 먼지들이 둥둥 떠다녔다니까.(아직도..)
손가락만한 먼지 덩어리들.
내가 여기 학생이면 뭐라고 하겠는데 이거 원.
으~ 저녁에 나가면서 내가 오늘 마신 먼지는 얼마나 되는걸까 생각해보면 살짝 우울해진다니까.


일요일 아침에 도서관에 오면서 1학년 때 같이 다닌 형을 만났어.
나랑 머~언 친척이라는데, 집안 어른들은 잘 모르는듯 하더군.

아무튼,
어떻게 알아봤을까..
(온몸으로 나는 운진군이다라고 광고하고 다니는걸까?)
나는 스물 되기 전에 너무 빨리 늙어버려서 그 이후론 잘 안 변하는건가..
희망사항이다.
아무튼,
도서관에 올라오는데 웬 차가 서더니 "운진아" 그러는 거야.
놀래라.. 누구야? 하고 보니까 그 형이더군.
나보다 세 살 많고,
아마 내가 없었으면 전액 받고 다녔을 거라고 아쉬워하던 사람이지.(솔히..)
여기 남원주 농협에 다닌대.
이제 거의 일년 되어 가겠군.

그 형 만나고 오는 길에 느꼈어.

난 참 비싼 공부를 하고 있구나.

그냥 학교 다니면서 공부 하고,
내년에 취직해서 공부 하고,
5년 있다 과장 시험 봐서,
서른 즈음에 과장 자격 확보해 놓고,
한 사십 까지만 일하면 그럭저럭 먹고 살만 했을 텐데 말이야.

아.. 물론 나는 지루해서 그 전에 죽어버릴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솔직히..
지금 나는 용돈 받아가면서 살고 있으니까
자기 힘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 보니까
내가 잘 하고 있는건가 싶더군.

몰라.
생각하면 스트레스만 쌓일 뿐.

어제 내 나이 즈음..(내가 이렇게 본다면 나보다 서너살 많다는 거겠지?)으로 보이는 사람이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고 있더군.
이런 생각이 들었어.

너도 인생 막장이구나.

중학교 때 홍정훈의 7막7장을 읽었는데 올해 들리는 소리로는 무슨 국회의원인지 시장인지 한다더구만.
아무튼,
너도 나도인생 막장이로구나 에헤라~


낙엽을 밟을 때 나는
바스락
소리가 좋아.
어디 좀 낙옆 많이 깔린 데 가서
걷고 싶은데,
나중에 누구 생기면 한번 해 봐야지. 제길.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한 걸음.  (0) 2008.10.28
나에게로의 축배  (0) 2008.10.27
소마  (0) 2008.10.20
게으름.  (0) 2008.10.17
D-11  (0) 2008.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