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여왕님 | Diary

매번 식당에 홀로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며 밥을 먹다 지친 나는 

전화기를 들고 그녀를 호출한다.

오늘은 어떤 스타일이 좋을까... 

평범하게? 아니면 색다르게 러시아라든가...

아무려면 어때, 내 취향은 그리 까다롭지 않다.


오 나의 여신님, 아니 이건 저작권법에 걸릴 수도 있으니 정정하겠다. 

오 나의 여왕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에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나간다. 

왔다. 

그녀가. 

허겁지겁 문을 닫고는 그녀를 훑어본다.

손을 대면 미끄러질듯한 매끈한 피부. 

더 이상 기다릴 필요는 없다. 

나는 그동안 너무 오래 기다려왔다. 너무 오래 참아왔다.

찌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겉옷을 시원하게 찢어버린다.


감추어둔 나의 남성성이 분출하는 순간이다.

숨겨져 있던 노오란 살결에 취해 혀 끝으로 살짝 맛을 본다.

그래, 나는 이 맛을 위해 얼마 안 되는 나의 생활비, 아니 생존비를 투자한 것이다.


나는 서툴지만 성의 있는 손놀림으로 그녀를 차근차근 공략해나간다.

가슴 한가득 차오르는 이 충만한 감정 때문인지 괜스레 눈물이 새어나오는 것만 같다.


하지만 성급하면 안 된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이 적당히 식은 후에야 

은은한 사랑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법이다.


침대 위로 그녀를 던진다.

멋모르는 애송이들이나 일을 망치는 법이다.

물론 내게도 그런 부끄러운 과거가 셀 수 없이 많이 있지만

이제는 안다.

기다림의 미학.


조심스러운 나의 손길에 흐믈흐믈 녹아내린 그녀는 참기 힘들다는 듯 연신 움찔거린다.

조용하던 방안이 그녀의 소리로 채워진다.

그녀의 향기가 코끝을 쉴 새없이 자극한다.


도공의 손길처럼 움직이던 내 손을 잠시 멈추고는

우리의 합주를 마무리한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의 수확을 마친 농부의 심정이 이러할까.

나는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설풋 걸고는 

이마에 맺힌 땀을 슬쩍 닦으며 그녀의 이름을 다시 한번 불러본다.


오, 나의 여왕님. 오 나의 카레이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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