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여유가 생긴 이유 | Diary

초등학교 때 배웠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건 의, 식, 주라고.

살면서 여기저기 돈 쓸 일이 많겠지만 이 세 가지만 해결하면 기본적인 지출은 거의 끝나지 않을까.


나는 입는데 많은 돈을 쓰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나 누나들이 사다 주는 옷과 신발만 입고 신어서 그런건지

그냥 태생이 그런건지는 모르겠다.


나는 먹는데 돈을 많이 쓰지 못한다.

음식점에서 1인분이라고 나오는 음식을 먹으면 내 기준으로는 조금 과식이다.

언제부터인가 설탕, 소금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피하기 시작했고,

맵고 짠 음식을 먹으면 쉽게 배탈이 난다.

내 입맛은 그야말로 초딩 입맛이다.

단거, 단거, 단거! 단거 좋아한다.

햄버거, 피자, 치킨, 패밀리레스토랑의 메뉴들.

평소 제한적인 식사를 하다보니 가끔 설탕 듬뿍 들어간 고칼로리 음식을 먹어도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아... 평소 먹는 주식이 돈까스 같은 건데 이걸 제한적인 식사라고 하긴 좀... 그렇긴 하네.


그리고, 집.

이건 그냥 월세지 뭘.

딱히 집 욕심도 없다.

실용적인 이유로 좀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건 순전히 실용적인 필요일뿐

넓은 주거 공간 자체를 원하는건 아니다.


아무튼 내 소비는 제한되어 있고, 

지금보다 옷을 더 자주 산다거나 더 비싼 음식을 찾아 먹는다거나 한다고 해도 그다지 좋을 것 같지 않다.

이렇다보니 내가 지금처럼 산다면 일 년에 얼마의 지출이 발생할지 무척 쉽게 계산이 선다.


그리고 수입.

내가 먹고 살 정도는 벌고 있고 부양가족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살면서 돈이 부족하게 될 상황이 그려지지 않는다.


내 시간 일 분 일초가 그대로 수익이 되고 내 스트레스 하나 하나가 그대로 다 수입이 된다.

직장에서 노예질 할 때보다 얼마나 합리적이고 만족스러운가.

시간과 스트레스가 그대로 수익이다보니 예전 같으면 따졌을 내용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내 시간과 스트레스를 투자해도 굉장히 귀찮고 수익이 안 좋은 일이라던가...


취미생활을 갖게 되면서 지출이 조금 늘긴 했다.

뭐 이제 나도 차츰 중년이 가까워지고 있고 이 나이대의 취미생활 중에 돈 안 드는 일이 얼마나 있겠나.

그래도 장비 한번 갖추고나면 그놈의 장비 업그레이드 시기마다 추가 지출이 있긴 하겠지만 

취미생활에 그렇게 많은 지출이 발생할 것도 아니다.

내 이 부실체력으로는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즐기고나면 그만일 테니까.


가끔 동남아로 놀러가서 바닷속 구경 다녀오고 하면서 지내는 것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생활이 될 것 같다.

아니면 아예 한 6개월이나 1년쯤 질리도록 물속을 헤젓다 오는건 어떨지 생각중이다.

그렇게 되면 수입이 아주 끊기게 된다는 점과 

여행이 길어지면 여행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일상이 될 것이라는 점 때문에 

항공료도 저렴하겠다 차라리 그냥 놀러 가는 횟수를 늘리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이집트 물놀이도 한 번쯤은 고려하고 있지만 내 여행 스타일은 그냥 동남아 물놀이가 최고인 것 같다.

나는 수영도 못 하는 주제에 물이 좋다.


아무튼 그렇다.

미래에 대한 불안도 거의 없고, 생활은 안정되었다.

전처럼 조마조마해가면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인생에 우환이 없다.

인생에 우환이 없다니, 이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이란 말인가.

부모님들께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문제 있는 가족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뭐, 우리 가족들이 보기엔 내가 문제로 보일 수는 있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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