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두 개 건졌다. | Diary
>2009. 2. 13. 15:55
금요일이다.
이번주는 다른 때보다 좀 더 빨리 지나간 듯 하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
이런 생활은 일 년이 지나도,
이 년이 지나도 아주 간단한 몇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일어났다. 버스를 탔다. 도서관에 왔다.
버스를 탔다. 집에 왔다. 잤다. 지루한 일상에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긴다는것 신선한 일이다.
그것이 좋은 일이 되었든 나쁜 일이 되었든. 오늘 좀 웃긴 상황을 맞이했다.
뭐랄까.. 좀 유치한 상황이기도 했고.
평일에는 상지대 도서관에 자리 잡고 공부하는데,
이번주 초에 온풍기 연료가 바닥났었다.
그게 오늘 들어왔는데
안 켜던 온풍기를 켜려고 하니 이쪽으로 자리를 옮긴 할아버지가 미치려고 한다.
결국 몇 마디 나눴는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다 웃음만 나오는 소리들이고 할아버지의 결론은 이거다.
내가 더운거 싫어하니까 좀 시원하게 지내자. 어차피 주말에는 원주대로 가니 적당히 얘기하고 들어왔는데
다음주에 신경쓰이면 좀 더 얘기좀 해야겠다. 그다지 배려해주고 싶은 사람은 아니니까. 사실 조금 더 따듯하고 조금 더 시원하고 하는건 대수로울 것 없는 일인데
이런 일에 신경쓰던 나도 우습고
자식뻘 되는 어린놈에게 비웃음 받아가며 억지부리는 노인네도 우습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이런 것이다. 하나는 그저 평범하고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나. 다른 하나는 지독한 회의주의에 빠져서
혹은 한 발 물러서서 보는 넉넉함을 갖고 있어서
혹은 그저 좀 더 나은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에
사소한 문제는 지나치게 사소하게 보려는 나. 스스로가 우습다.
간단히 생각하면 현실과 이상의 괴리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아침에 올라오는 길에 본 청소하는 아저씨의 밝은 웃음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청소하는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과연 청소부로서 열심히 살면 잘 살 수 있는가.
궁핍한 생활을 해야 한다.
전에는 별다른 기술 없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을 정당하다고,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사회적 인식이 그러하고, 그런 식으로 배운 것 같은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고 있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일을 함으로써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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