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특급호텔 후기 | Review

"2차세계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반짝이는 총이나 수류탄처럼 군수물자에 지나지 않았어"

처음 특급호텔이란 제목을 들었을 때 과연 무슨 내용일지 쉽게 짐작되지 않았다.
Hotel Splendid.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실제 일본군은 위안부를 특급호텔이란 명칭으로 불렀다 한다.
위안부.. 우리와 일본 모두의 어두은 기억이다.

11살에 끌려온 선희에서부터 결혼을 해 본 옥동이, 아직 시집도 못 가보고 끌려온 금순이와 보배.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들 네 명의 배우가 몸짓과 발구름으로 기차의 운행을 표현하는 부분이나,
할아버지가 일본인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에서의 조명처리.
한 마디 한 마디 무게가 실려 있는 배우들의 대사.
위안부라는 주제까지 모든 면에서 관객을 숨죽이게 만드는 공연이다.

극의 많은 부분이 배우들의 독백으로 이어진다.
얼마 동안인지 기억할 수 없는 기간 동안의 생활.
"우리는 오리야."

극의 마지막.
보배와 그녀의 꼬마비행사의 왈츠.
루즈벨트에게 닿길 바라며 유리병에 편지를 띄워 보내던 선희는 결국 자살한다.
일본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돌을 모으던 금동이는 도망가다 잡혀 발이 잘린다.
금동이의 행방을 말하라며 옥동이는 물고문을 당한다.
나는 숨을 멈춘다.

연극 특급호텔은 우리나 일본 작가가 아닌 서양의 한 작가가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인간적인 모습의 당시 일본인도 등장한다.
보배를 사랑한 카미카제. 꼬마비행사.

생각할 문제를 여러개 던지는 공연이라 여기에 내 느낌이나 생각을 적기엔 정당하지 않은 것 같다.
과거 내 할아버지가 옆집 할머니를 강간했다면?

-전쟁은 인간이 발명한 최고의 스포츠이다.-
전쟁에서는 비도덕과 도덕의 관념이 무너지고,
오로지 아군과 적군이 있을 뿐이다.
당시 일본인들은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런 비인간적인 일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그들은 시대의 희생양인가?
어느 한 개인을 놓고 본다면 그렇게 생각할 여지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윤리와 도덕이란 대개 학습된 것이고, 사회적인 것이니까.
그들에게 위안부는 인간이 아니었겠지.

그럼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질 수 있을까?
집단적인 광기에 사로잡힌 시대에, 자신의 잘못에 대한 자각이 없었다고 해서
(그런 사람이 있긴 했을 것이다.)
그들의 행동을 인정할 여지가 있는 것일까?

아니.

당시 일본은 차라리 일본인 창녀촌을 만들었어야 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인간이 다른 인간을 그렇게 짓밟을 수 있었단 말인가.

종군위안부라는 할 말이 끔찍하게도 많은 주제의 연극이라 좀 길어졌다.

좋은 작품이었다.
별점 다섯 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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