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쿠크박사의 정원 후기 - 한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이야기 | Review

공연제목 : 쿠크박사의정원
관람일시 : 2008/05/17 16:00
공연장소 :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장르 : 연극
출연 : 이호재(쿠크 박사), 지자혜(할머니), 전진기(보안관&정원사), 장연익(간호사), 김수현(짐)
나의 평점 : 연기 5, 작품성 5, 오락성 3

아르코에서 하는 공연은 어느정도 믿을만한 듯 하다.
내 취향이 아닌 무용이라던가 하는 공연은 피해야 겠지만 연극이나 뮤지컬은 작품성이 있는 작품을 올리는 듯 하다.
오늘 본 공연은 쿠크박사의정원이다.

쿠크박사의정원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불구인 사람들까지 제거한다는 것은 내 생각과는 조금 맞지 않지만,
작은 범죄라도 저지른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고 강력한 처벌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도가 심한 살인이나 강간 같은 죄를 저지른 놈들은 죽여도 돼... 라는 생각이고.

나는 짐이 차트를 들쳐보며 R을 두 번 말했을 때 박사의 손질행위를 짐작했다.
어떤 작품들은 이렇게 눈에 훤히 보이는 힌트를 주고도(거의 정답에 가까운) 한없이 늘이다가 재미 없게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시원스레 쿠크박사의 비밀을 밝혀버린다.

이 작품의 후기에는 어쩔 수 없이 중요한 스토리를 적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쿠크박사와 짐의 논쟁을 들어보면,
쿠크박사의 논리에서 장애인을 제외한다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가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우선인간이 인간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는가 하는 주장에 대한 완벽한 반론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고 싶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를 테니 토론을 하면 오래 갈 테고, 특히나 법 관련 학과 학생들이나 고등학교 논술 준비 때한번쯤 토의주제로
올랐을 법한 주제이니 넘어가자.
짐은... 답답한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런 것은 법이 해결해 줄 거에요."
순진한 생각.. 법이 해결해줄 수 없다.
법은 지배층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아직도 그런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쿠크박사는 실패했다.
"손질행위"를 하려면 완벽히 해야 하고, 흔적을 남기지 말았어야 한다.
매트릭스에서는 네오가 빨간약을 먹고 현실을 알아차린 후 괴로워한다.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평생 모르고 살 수 있으면 실제로 우리가 매트릭스의 세상에 살고 있다면 어떻다는 말인가.

그럼 과연 나는 쿠크박사와 같은 자의 존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까?
내가 쿠크박사가 될 수 없다면 누구라도 싫다.
그리고 쿠크박사와 같은 존재가 `나도 괴롭지만 이런 일을 한다`고 말한다면 그건 역겨운 변명으로 들릴듯 하다.
이유는 글쎄..?

마지막에 짐이 쿠크박사에게 약을 건네주지 않자 쿠크박사는 마지막 멘트를 남기고 사라지신다.

짐.. 지금 너도 쿠크박사와 다를 바 없단다.

흔히 다뤄지지 않는 주제로 만들어진 공연이었다.
무대도 따뜻하게 잘 꾸며져 있었고, 배우들의 연기 역시 마음에 들었다.
다만 할머니로 나오신 분은 다른 분들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듯..

마지막 암전 후 그로테스크하게 비추어진 조명은 오래 기억에 남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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