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 - 막장스런 운영과 막장스런 표절? | Review

우리나라 장르 문학 관련 가장 큰 사이트는 아마 문피아가 아닐까 한다.
소림사라는 작품을 출간도중 5권까지 쓰다
손을 놓고 포기해버린 금강이라는 작자가 거의 운영진의 총수 역할을 하는 곳인데,
그곳의 행태를 보면 참 가관이라 할 수 있다.

그곳의 게시판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감상란'이다.
가장 큰 사이트인만큼 독자가 작품(솔직히 '장르문학'에 문학이라는 단어도 아깝고 작품이라는 단어도 아깝다.
몇몇 뛰어난 작품을 제외하면 그저 불쏘시개 정도이니 말이다.)을 읽고 감상평을 남기기 가장 '쉬운'곳이 문피아 감상란이다.
감상란이라고 써 있으니 감상란인줄알고 감상평을 올리는 사람이 많고,
감상란인줄 알고 글을 읽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거기에 야료가 있었으니,
여기저기에 감상란이라고 써 놓았는데 막상 게시판에 접근해보면 사람들이 관심도 갖지 않는 '공지사항'에
그 곳은 '추천하는 감상'만 쓸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공지사항을 읽어야 한다고? 당신 계약할 때 깨알같은 약관 다 읽고 계약하는 성격인가?
겨우 감상글 좀 읽는 게시판에 공지사항까지 챙겨보겠는가?
그리고 문피아 공지는 하도 자주 바뀌고 여기저기 게시판마다 꼬여있어서 자세한 언급은 못하겠다.]
그럼 추천란이라고 해 놓지 왜 감상란인데?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글은 모두 삭제되고,
자신들이 보호하고 싶은 글에 대한 비판글만 삭제하다가,
이제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이 들어오자 모든 비판글을 삭제하고 있다.

결국, 이런 사정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운영에 놀아나고 있다.

요즘엔 뉴스에도 막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던데,
나라꼴이 막장이니 이런 막장 사이트들도 기승을 부린다.
감상란이라고 써 놓고 낚시질하는 장르문학[만화책 정도의 수준인 판타지/무협]1위 사이트.
새삼스러울 건 없다.


얼마전 그 곳에서 시끄러운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표절 논란.
한 독자가 감상란에 표절 문제를 제기했다가 감상란에서 다른 게시판으로 옮겨졌던가보다.
매번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도 몇몇 이용자들이 문피아의 막장운영을 눈치채고 비난했지만
[감상란이 아니면 감상란이라는 이름을 버려라 하는 요구도 있었고]
막장사이트답게 막장스런 대응으로 막장스럽게 덮어서 어찌어찌 넘어갈 기세다.
이례적으로 반응이 뜨거워지자 디씨인들의 심심풀이 땅콩으로 잠시 오르내렸다는 후문이 있다.

아래는 그 독자가 올린 표절 의혹 제기 글이다.
사람들이 다들 지쳐갈 떄 쯤 작가가 나는 표절하지 않았수 하고 글을 올렸고,
이번 표절건은 그렇게 넘어가려는 듯 하다.
겨우 이 정도 장르소설의 표절에 대한 시시비비를 끝까지 가리자는 것도 수고스러운 일일 테니 말이다.
아래 비교글 자체에 대한 반대의견은 없던데,
장르소설의 권수늘이기 행태를 알고 있는 내가 봤을 때 겨우 4권까지 출간된 한 소설과 한 드라마 사이에 저 정도 관련이 있다면 과연 표절이 아님을 믿을 수 있을까 싶긴 하다.


작년 하반기 즈음 부터일까..
정치.사회 관련 글을 올리는데 지쳐버려서 일부러 그런 글을 올리는 것을 피하고 있다보니
이런 소소한 것들에 대해서도 끄적여 본다.

미국 드라마 ‘ROME‘과 제국-무산전기에서 나타나는 유사점 비교 분석

 

드라마 ‘ROME’

제국-무산전기

저 자

HBO의 ROME 작가진

허담

발 행

2006년(OCN 한국방영 기준)

2009년

먼저 이 글을 쓰기 전에 허담님이 제국-무산전기를 쓰실 때에 참고하셨다고 밝힌 도서 2권을, 전부는 아니

지만, 적어도 로마 제국과 관련된 부분은 자세히 살펴보았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참고 도서는 ‘종횡무진 서양사(남경태 지음), 유라시아 유목제국사(르네 그루쎄 지음), 이 두 권입니다.

살펴본 결과, ’종횡무진 서양사‘(상)은 고대부터 중세까지를 다루고 있는 역사서인데, 450여 페이지의 책 한 권에 천년 이상의 역사를 서술하다 보니, 자연스레 개괄적인 내용 위주의 서술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로마 역사로 널리 알려진 부분에 저자 나름의 해설을 덧붙였지만, 로마를 다룬 여느 역사서와 대동소이한 내용일 뿐 무언가 특별한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유라시아 유목제국사’는 페이지의 거의 대부분을, 말 그대로 유목민의 역사에 대해서 서술하는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고대 로마 시대의 유목역사에 대해서는 할당된 부분이 극히 미미하여, 로마 역사와의 접점은 찾기 힘들다고 봐도 무방합니다.(허담님도 ‘유라시아 유목제국사’에서는 전투장면만 차용하였다고 언급을 하셨습니다)

사실 드라마 ROME의 두 주인공, 루시우스 보레누스와 타이투스 풀로는 허담님의 참고문헌이 아니라 시저가 집필한 <갈리아 원정기>에서 서로 라이벌 관계인 두 백부장으로 나오는데, 짤막한 글귀의 언급만 있습니다.

ROME에서 나오는 모습과는 관계나 참여하는 전투, 그리고 그 이후의 행보도 다를 뿐더러, 소속도 다른 군단 소속의 군인이었다고 합니다.

즉, 드라마의 두 인물은 제작진이 이름만 따오고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만든 설정을 사용한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즉, 실제 역사와는 관계가 없는 ROME만의 허구의 인물입니다)

위의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허담님이 참고문헌에서 모티브를 얻으셨다면, ROME만의 자체적인 설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습니다. (ROME을 보지 않고 스스로의 상상력만으로 만든 캐릭터들과 사건들이 동시에, 그리고 연속적으로 같을 확률은...아마도 불가능에 가까울 테니까요)

그럼 이제부터 제가 유사하다고 느낀 사항들에 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인물 구성정리입니다.

 

 

ROME

제국-무산전기

인 물

루시우스 보레누스

적풍

타이투스 풀로

장백

시저

임황

옥타비아누스

임현

안토니우스

위풍, 일부에서 풍영

폼페이우스, 키케로, 카토, 브루터스 등 원로원의 시저 반대파 의원들

금원의 대장로들

다음은 각 작품 별 주요인물인 주인공 2명의 상세한 설정 분석입니다.

루시우스 보레누스 : 시저의 부대인 13군단의 유능한 백부장으로 (실제로 가장 신망을 얻고 있다는 말이 나옴) 자기 절제가 강하고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 고향에 결혼한 아내와 자식을 두고 오랜 기간 시저를 따라 복무함.

적풍 : 무산 팔군 동호대 칠로의 조장. 성격은 루시우스 보레누스와 거의 흡사하며, 팔군 내에서는 수뇌부에서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유능한 조장. 고향에 결혼한 아내가 있으며,(자식은 없는 듯) 상당기간 임황을 따라 복무함.

타이투스 풀로 : 본능적이며, 저돌적이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13군단의 병사. 보레누스를 상관이자 소중한 친구로 생각하며, 낙천적이다.

장백 : 무산 팔군 동호대 칠로의 조원. 낭인 출신으로 성격은 풀로와 거의 비슷함. 적풍에게 큰 호감을 보이며 단기간 내에 급속도로 가까워짐.

일단 주인공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주변 인물들은 허담님이 해명 글을 통해 로마 역사에서 대부분의 모티브를 따왔다고 밝히셨으니, 서양에서 동양으로 배경만 바꾼 듯 인물 매칭에 일체감이 느껴지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드라마 ROME이 없어도 충분히 가능한 인물 매칭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2명에 관해서는, ROME에게서 영향을 받지 않고서 저렇게 비슷한 설정이 나온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표절 의혹을 제기하기에는 분명히 이른 감이 있습니다.

(시장에서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중견 작가이시고, 또한 이전까지 그런 논란이 한 차례도 없었던 허담님이기에 더욱 그러했지요)

하지만 하나씩 드러나는 세부사항의 일치는 분명히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자, 그럼 세부사항과 사건들을 살펴보도록 하죠.

 

ROME

제국-무산전기

사건 A

갈리아와의 전투 중 풀로가 보레누스의 명령을 어기고 진형을 이탈해 적을 공격한 죄로 보레누스가 풀로를 채찍질의 형벌에 처함

천산십육문과의 전투 중 장백이 적풍의 명령을어기고 진형을 이탈해 적을 추격한 죄로 적풍이 장백을 채찍질의 형벌에 처함

공통적인 클리셰 : 두 주인공 중 상하관계에서 아래에 위치한 주인공(풀로, 장백)이 전투 중 위에 위치한 주인공(보레누스, 적풍)의 명령을 위반하여 채찍질의 형벌을 당함

실제 로마 역사와의 관계 : 없음

기타 중요한 세부 유사점 : 풀로와 장백 모두 채찍형을 당하는 도중, 각각 보레누스와 적풍을 향해 도발하는 발언을 함.(시원하다, 이제 좀 맞을만 했는데 아쉽다 등)

또한 ROME에서는 안토니우스가, 무산전기에서는 임황이 채찍형을 하는 것을 주시함.

사건 B

보레누스와 풀로는 시저의 명령을 받아 시저의 권위를 상징하는 독수리 군기를 찾아오는 임무를 받고, 성공하여 신임을 받음.

적풍과 장백은 임황의 명령을 받아 신황의 권위를 상징하는 상고검을 찾아오는 임무를 받고, 성공하여 신임을 받음.

공통적인 클리셰 : 주인공 2명만 권위를 상징하는 물건을 찾아오는 임무를 받고 성공함.

실제 로마 역사와의 관계 : 없음

기타 중요한 세부 유사점 : 시저와 임황은 이들이 임무를 성공하자, 이들의 실력을 믿는다기보다는 각각 행운의 여신의 은총을 받은 자와 운이 좋은 자로 여러 차례 평가하며 관심을 가짐. (또한 애초에 시저와 임황 모두 정말로 찾을 수 있을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음)

사건 C

보레누스와 풀로는 임무 도중 우연히 옥타비아누스를 적으로부터 구하게 되고, 그를 시저에게 데리고 오는데 성공함.

적풍과 장백은 조카인 임현을 데리고 오라는 임황의 명을 받게 됨. 도중에 적들의 습격을 받지만 성공적으로 물리치고 임무를 완수함

공통적인 클리셰 : 주인공 2명이 각각 시저와 임황의 조카를 구하게 됨.

실제 로마 역사와의 관계 : 없음

기타 중요한 세부 유사점 : 옥타비아누스와 임현을 노리는 적은 각각 시저와 임황의 정적이 보낸 자들임.

사건 D

풀로는 우연히 여자 노예인 에레니를 구하게 되고, 풀로는 에레니를 사랑하게 됨.

적풍과 장백은 우연히 노예의 신분이 된 우향을 구하게 되고, 장백은 우향을 사랑하게 됨.

공통적인 클리셰 : 주인공이 우연히 여자 노예를 구하게 되고, 상하관계에서 밑에 있는 주인공

(풀로, 장백)이 그녀를 사랑하게 됨.

실제 로마 역사와의 관계 : 없음

기타 중요한 세부 유사점 : 에레니와 우향 모두 상하관계에서 위에 있는 주인공(보레누스, 적풍)의 집에서 기거하게 됨.

사건 E

보레누스와 풀로는 시저가 로마를 침공하기 전안토니우스와 함께 로마에 사절로 보내지고, 로마에서 습격을 받고 돌아옴.(실은 풀로를 노린 사건임)

적풍과 장백은 임황이 무산을 침공하기 전 위풍의 지휘 아래 천산십육문의 수뇌부와 함께 무산에 사절로 보내지며, 그 이후에는 풍영과 함께 무산에 정찰을 다녀옴.

공통적인 클리셰 : 주인공 2명이 침공 전에 상관과 함께 침공할 곳에 보내졌다가 습격을 받은 후 귀환함.

실제 로마 역사와의 관계 : 없음 (실제 로마 역사에서 안토니우스는 ROME에서처럼 잠시 다녀오지 않고 상당기간 로마에 머물며 호민관으로써 원로원과의 정치적 투쟁을 계속하다가 시저가 루비콘을 건너 리미니에 머문 후에 합류함. 따라서 ROME에서 나타나는 것과는 다름)

기타 중요한 세부 유사점 : 침공할 도시에 다녀온 주인공들 중 상하관계에서 위에 있는 주인공(보레누스, 적풍)은 원 소속과의 전쟁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며 고민함. 그러나 아래에 있는 주인공(풀로, 장백)은 각각 시저와 임황을 이해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임.

사건 F

보레누스와 풀로는 로마 입성 후에 안토니우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역 후 집에 감.(정확히 말하자면 풀로는 공식적으로는 전역을 한게 아니지만, 나중에 보레누스가 복귀하기 전까지는 전역자나 다름없는 생활을 함)

적풍과 장백은 무산 입성 후에 임황과 위풍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역 후 낙향을 함.

공통적인 클리셰 : 주인공 2명이 입성 후 상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역을 하고 집으로 감.

실제 로마 역사와의 관계 : 없음

기타 중요한 세부 유사점 : 양쪽 작품 모두 전역을 한 이후에 상하관계에서 위에 있는 주인공(보레누스, 적풍)의 집에서 기거함

사건 G

집에 있던 보레누스의 아내는 치정문제로 인해서 자살을 하게 됨.

고향에 돌아간 적풍과 장백은 일가족이 몰살한 것을 보게 됨.

공통적인 클리셰 : 고향에 있던 가족의 죽음

실제 로마 역사와의 관계 : 없음

기타 중요한 세부 유사점 : 죽은 가족이 남기고 간 문제(아이, 천 조각 증거물)는 향후 주인공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침.

사건 H

보레누스는 전역 후 노예 매매를 생업으로 삼으려 했으나, 전염병으로 노예가 모두 죽게 되자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부대에 복귀함.

적풍은 전역 후 고향에서 무관을 차릴 예정이었으나 일가가 몰살당한 것을 알고, 가족의 원수를 찾기 위해 부대에 복귀함.

공통적인 클리셰 : 부대 복귀를 가족이라는 제일목표를 위한 도구적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

실제 로마 역사와의 관계 : 없음

기타 중요한 세부 유사점 : 주인공 2명은 각각 부대 복귀를 위해서 최고 수장(시저와 임황)을 만나는게 아니라, 중간 수장(안토니우스, 풍영)을 통해서 복귀 의사를 밝힘. 또한 2명 모두 전역하기 전과는 직위와 계급이 달라짐.(보레누스는 백부장에서 아보카티라는 사령관 계급 중 하나로, 적풍은 동호대 칠로 조장에서 천안각의 외당 조원으로 바뀜)

사건 I

풀로는 옥타비아누스에게 검술을 가르치고 대련을 하면서 가까운 사이가 됨.

장백은 임현과 비무를 하면서 가까운 사이가 됨.

공통적인 클리셰 : 자신이 데려온 수장의 조카와 대련을 하면서 친밀한 사이가 됨.

실제 로마 역사와의 관계 : 없음

기타 중요한 세부 유사점 : 없음

사건 J

풀로는 도박장에서 건달패들과의 전투를 통해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나 결국 살아나게 됨.

장백은 우향을 구하는 와중에 당가의 독에 당해 생명의 위기에 처해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살아남.

공통적인 클리셰 : 상하관계에서 아래에 있는 주인공이 생명의 위기에 처하지만 살아남.

로마 역사와의 관계 : 없음

기타 중요한 세부 유사점 : 없음

사실 이 외에도 천산십육문의 항복 의식 등 조금씩 유사하다고 느낄만한 부분들이 있습니다만,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되어 적지 않았습니다.

위에 열거한 사항들은 ROME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사건들이며, 실제 로마 역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제국-무산전기 1~4권에 해당)

위의 사건들과 클리셰들 중 한두 가지가 비슷할 수 있는 경우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너 가지 이상의 사건과 클리셰가 비슷하다면 이건 절대로 우연으로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사건과 클리셰 이전에 주인공 2명의 신상명세가 이렇게까지 흡사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지요.

게다가 각각의 사건들의 순서가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위의 사건 A - I 는 꼭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개중에는 개연성이 필요하기에 꼭 이어져야 하는 사건들도 있지만, 위의 사건들을 보면 그 중 순서가 바뀌어도 전체 스토리 진행에 별반 영향을 미치지 않을 사건들이 보입니다.

예를 들면 4권까지 상고검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봐선, 꼭 상고검을 먼저 찾으러 가지 않고, 무산 입성 후에 마지막 명이라며 상고검을 찾아오라고 해도 무리 없이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수가 있지요.

임황이 적풍에게, “무산을 정벌했으니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명분이라네. 이것이 자네의 마지막 임무일세.” 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어차피 상고검을 찾아오리라고는 별로 기대도 안했으니까요.

그런데도 꼭 독수리 군기를 찾으러 가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이어지는 ROME의 사건들과 진행 순서가 매우 흡사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유사점이 있습니다.

바로 ‘시대와 시점’에서 나타나는 유사점이지요.

제국-무산전기는 드라마 ROME과 같은 시대와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시대라는 것은 천산십육문-갈리아 정벌이 거의 끝나갈 즈음을 말하는 것이죠.

물론 로마의 역사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 혹은 소설은 많습니다.

하지만 딱 이 시기에 시작하는 작품은 흔치 않지요.

게다가 ROME과 제국-무산전기는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 동일한 시점(일종의 카메라 조명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이 사용됩니다.

말하자면, 주인공의 시점과 시저(임황)측의 시점, 그리고 원로원(금원)의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사용된다는 것이죠.

이러한 3개의 시점 전환은 허담님의 전작에서도 별로 찾아볼 수가 없는데, 제국-무산전기에서는 꾸준하게 사용이 됩니다. (금원의 원로들의 분량이 조금 적긴 하지만요)

심지어는 시점이 전환되는 시기마저도 비슷합니다. (시저(임황)가 정벌 후 사절을 보내면서 원로원(금원)의 회의 장면으로 시점이 전환이 되는 식으로요)

지금까지 나열한 정황상, 허담님이 ROME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제국-무산전기를 썼다는 것은 사실상 ‘정말 특별한 절차나 이유’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물론 이 글을 보시고도 이미 허담님의 해명이 완벽해서 더 이상의 해명은 필요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은 의미가 없겠지요)

따라서, 허담님이 작가의 프라이드를 지키고 표절의혹을 없애려면, 당연히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자세한 해명과 각각의 사건에 따른 모티브를 얻게 된 경위 또한 설명해주셔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상이 제 의견입니다.

 

허담님이 이 글을 보실거라고 생각하고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미 댓글로 여러 번 언급했듯, 저는 허담작가님의 팬입니다. 취향이 아닌 작가분 작품이었다면 애초에 읽지도 않았겠지요.

따라서 차라리 허담님이 허심탄회하게 <이 모든 것은 우연이다. 나는 작가의 양심을 걸고 표절하지 않았다. 믿어달라.> 라고 말씀하시면 믿겠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허담님의 해명만으로 믿기에는 해명 자체가 너무 미흡하고, 위의 정황 또한 너무나 명백합니다.

허담님은 자세한 해명이 노력과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의혹을 제기하는 독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허담님이 작가로서의 신뢰와 자부심을 지키고, 더 나아가서는 장르 시장에 이런 관례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자세한 해명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침묵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자세한 해명만이 이러한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저도 정말 이 일이 잘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몇몇 분들이 독수리 군기는 단순히 군기일 뿐 신황의 권위를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고검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들 하셔서 덧붙입니다. 독수리 군기는 단순한 군기가 아니라, 시저와 시저의 권위를 상징할뿐더러, 약간 비약하자면, 갈리아 정벌의 성공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ROME을 보면 갈리아의 대족장인 베르킨게토릭스가 독수리 상에 키스하며 복종을 맹세하는 것을 볼 수 있죠. 로마 시대의 대중들이 군사적 업적을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했음을 고려해볼 때, 독수리 군기는 대중에 대한 영향력과도 관련이 있는 아주 중요한 물건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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