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 Diary

오랜만에 글을 쓴다.
그 동안 신림동으로 이사를 왔고,
공무원 수험 생활을 시작했다.
예전에 준비하던 감정평가사를 다시 할까 했지만, 좀 더 안정적인 길을 택하고 싶었다.
둘 다 쉽지 않은 시험이겠지만 일반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감평보다는 공무원 시험이 난이도가 더 낮으니까.

시간외수당에 대해서 노동청에 진정을 냈고,
어느정도 결과가 나왔다.
부정적으로. 

내가 원한 것은 회사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무보수 시간외 근무에 대해서
관청에서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이었는데
노동청의 담당 감독관을 통해 그것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거의 매일 시간외근무가 이루어지는 것, 그리고 시간외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것이 객관적으로 눈에 보이는데,
최고경영자 한 마디면 내일 당장에라도 차를 타고 두 시간쯤 걸리는 사무소로 날아갈 수도 있는 직원이
'자의'로 시간외 근무를 할 수도 있으니까 조사 나가기에는 부족하다고 한다.
회사에서 어마 뜨거라 해서 지급한 18시 이후까지 근무하고 퇴근할 때 지문까지 찍은 경우에만 인정이 된다고.

결국 회사 분위기상 지문 못 찍은 날이나 지문인식기가 없는 곳에서 일한 것 등은 인정이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고양에 있는 노동청을 쫓아 다녀봤자 몇 시간에 대한
몇 푼 안 되는 돈 이상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사무소장이 일찍 출근하라고 해서 매일 거의 한 시간 이상 일찍 출근하고 했던 것도,
공식적으로 몇 시까지 출근하라는 문서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인정이 안 된다는 것이다.

민사소송으로 가면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는데,
내가 지금 이런 일로 민사소송까지 쫓아다닐 처지는 아니다.
아마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이런 일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처지가 안 되겠지.
이건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다.

기업에서 부당행위를 통해 100억을 벌고 그게 드러나면 과징금을 1억 맞는 식으로 벌금을 맞기도 하고 그러잖아.
그런것처럼 회사가 노동자를 쥐어짜서 시간외수당을 주지 않더라도,
나중에 노동자가 문제 삼으면 회사 차원의 손해는 없고,
어찌어찌 힘들게 혹은 예외적으로 입증된 최소한의 시간에 대한 시간외수당만 지급하면 된다.

또 하나 웃긴건, 내가 퇴사하며 시간외수당 명목으로 받은 돈, 약 400만원에 대해서
이게 어떻게 계산이 되서 나온 금액인지 모른다는 거다.
대략적으로 지문을 찍은 것 중에서 18시 넘은 것만 계산해서 줬다고는 하는데,
나는 그 정도로만 알지 저 금액이 언제 어떻게 얼마씩 계산되서 나온 금액인지 모른다.
이 자료를 달라고 하니까 담당 직원은 퇴사 전에는 정리되는 대로 주겠다고 하더니
지금 와서는 자기는 권한이 없다고 하고,
과장, 상무는 연락을 피하거나 바쁘다고 나중에 전화준다며 피하고
최고경영자는 노동청 등을 통해서 요청하고 받으란다.
회사에서 100만원을 주든 200만원을 주든 그냥 돈만 받을 수 있고, 그 내용은 모른다는게 말이 되냐고.

살면서 주변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직접 듣든지 뉴스를 통해서 듣든지.
영화나 소설에서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희열을 느낀다.
별로 재미 있는 내용도 아닌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니까.

첫 직장, 중간에 그만두려고 했었지만 그래도 첫 직장인데...
일 년도 못 버티고 나가는 게 맞나 하면서 버티다가 결국 그만 두었다.
내가 좀 더 일찍 그만 두었든 좀 더 늦게 그만두었든 어차피 좋은 선택지는 없었다.

갑자기 이 영화 제목이 생각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그리고... 
노동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뭐, 그 동안 내가 적은 글들과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몰랐던 것도 아니고.
단지 내 억울함이 단순한 억울함으로 끝나는 것이 억울할 뿐이다.


언제 블로그 정리 한번 해야하는데... 아무튼
10월부터 갑자기 블로그 방문자 수가 전보다 꽤나 늘었다.
그만큼 억울한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이겠지.
전혀 위로 되지 않는다.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뿐.
그리고 이런 나를 스스로 비난하지 않는다.

왠지 김광석의 노래들이 귀에 감기는 날이다.
혼자 지내다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김광석 -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내리는 못다한 날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람되어 고개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던 날들도 묻어 버리리 못다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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