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서편제 - 미친 차지연 | Diary


예전에 공부할 때, 우연히 서편제 뮤지컬 영상을 보고 이건 꼭 봐야지 마음 먹었었다.
차지연의 공연 동영상이었는데 그 후로도 몇 번이고 다시 보곤 했다.

그리고 이번에 서편제 공연을 한다는 것을 알게되고,
드디어 오늘 다녀왔다.

서편제 뮤지컬은 그야말로 차지연 하나로 모든 것이 완성되는 공연이었다.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 연기. 노래.
그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티켓 값은 했다고 본다.

하지만 서편제 뮤지컬 자체는 기대에 못 미쳤다.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제대로 관람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일단 시작부터 집중이 안 되었다.

마치 지킬앤하이드의 지금이순간(This is the moment)의 메인 프레이즈를 따온 듯한 첫 넘버.
노래가 나빴던 건 아닌데, 왜 그런거 있잖아.
이거 어디서 듣던 노래 같은데... 하면서 생각 잘 안 나면 무슨 노래인지 생각하면서 집중 안 되는거.
뭐, 이건 그렇다고 쳐.

조금 지나자 군무가 메인으로 올라왔는데, 이게 적당히 연습이 잘 되서 어지간히 볼만 하긴 했는데,
안무의 타이밍이 자꾸 안 맞는거야.
서브로 하는 거도 아니고 메인인데.

이것도 그렇다고 쳐.

가장 큰 문제는 공연 자체가 산만했다는 거다.
그냥 차지연 하나 믿고 서편제의 주제인 한을 풀어내는 무거운 작품이었다면
배우도 힘들고 관객들이 조금 힘들어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차지연의 연기를 보면서 충분히 관객들을 몰입시켜서 끌고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무. 좋아.
그런데 수시로 나와서 배우들 옆에서 뛰어다니는거...
주연들에게 몰입해야 하는데 그걸 방해한다.

무대장치의 활용. 좋아.
그런데 뭐만 하면 수시로 뺑글뺑글 돌아가는거, 너무 자주 써먹더라.
물론 그 연출이 굉장히 좋았던 부분도 몇 군데 있었다만.


나는 좋은 공연을 볼 때는 정말 숨을 죽이고 나를 죽이고 공연에 몰입하는데,
오늘 본 서편제는 그런 공연은 아니었다.
단지 차지연의 연기가 그 동안 보아온 공연 중 최고의 연기 중 하나로 꼽을만 했다는 것 뿐.

아마도 젊은층, 특히 젊은 여성층에게 더 어필하기 위해서 남자주인공의 비중을 상당히 두고,
공연을 좀 활기차게 만들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나중에 좀 더 몰입해서 볼 수 있는 뮤지컬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쉬웠던 점 하나 더.
오늘 유봉 역은 서범석인줄 알고 갔는데, 알고보니 양준모였다.
내가 보려던 공연은 차지연 송용진 서범석 캐스팅이었는데, 다음주더군.
그리스와 서편제를 두고 갈팡질팡 하다가 다음주 캐스팅과 헷갈렸다.
나쁘진 않았지만 나는 좀더 미친 연기를 원했다.

아무튼,
서편제는 합격.
오랜만에 본 차지연은 내게 김성녀씨만큼이나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누가 더 낫냐고? 글쎄... 오늘은 차지연이다.
마지막 심청가. 내가 동영상으로 몇 번이고 봤던 그 심청가.
그게 없었으면 아마 내게 오늘 서편제는 불합격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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