君의 부친상 | Diary

목요일 아침, 친구 아버지 부고를 들었다.
내가 언제 상가집에 가 본 적이 있어야지.
장례 절차에 대해 인터넷을 뒤적뒤적 하다가 대충 준비해서 빈소로 갔다.

친구 녀석,
다른 얘들이 의연하게 잘 하네 어쩌고 하는데,
나는 지금 어떤 심정일지 100% 이해했다.

첫째 날인데도 친구들과 문상객들 꽤나 많이 다녀갔다.

기억에 남는건,
직장 다니다가 하룻밤 새고 간 친구1.
밤새 있던 초,중등학교 친구들 중에는 이 친구 혼자였다.
그런만큼 얘기를 많이 했다.
나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 친구는 솔직하게 많은 이야기를 했고, 이해할 수 있었다.
뭐,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난
사람들에게 어떤 단점이 있든지 신경쓰지 않으니까.
단지 친구와 친구1이 함께 있는 소규모 자리는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둘째 날에 사람들이 대부분 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첫째 날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인터넷으로 찾아 봤을 때에는 보통 둘째 날에 문상 오는 것이라고 하던데,
우리쪽 동네와는 많이 다른가보다 싶었다.

단지 둘째 날에는 화투장이 돌았고, 그제야 TV에서 보던 상가집 같았다.
친구들과 중학시절 얘기를 했는데 내가 모르는 파란만장한 학교였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놀랐다.
내가 알던 아이들도 내 생각보다 훨씬 앞서나가고 있었고.
(이래서야 여자들에 대한 내 기대치가 점점 낮아질 수밖에.)

셋째 날은 마지막 장지에 가서 제사를 지낼 때에야 친구가 이제는 가장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 아버지 장례 기간 자리를 지킨 것은 그저 녀석이 무시당할까봐 그랬던 것 같다.
슬프거나 그런 쪽으로는 눈물이 전혀 나올 기미가 없었는데
앞으로 무시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깐 해보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역시 나는 억울하고 서러운 게 싫다.

집에 와서 스무 시간을 잤다.
아마 이렇게 오래 잔 것은 처음이었던가?

몇 년이 지나서 다들 직장 생활 할 때에 장례가 있다면 다들 바빠서 지금처럼 시간 내기는 힘들 것 같았고,
내 인간관계를 생각할  때에는 한숨이 나왔다.

오늘은 일요일.
오늘까지 쉬고, 내일부터 미친듯이 공부해야겠다.
지금까지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많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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