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반성 - 자아도취 | Diary
2000. 16살. 중3
2001. 17살. 고1.
2002. 18살. 고2.
2003. 19살. 고3.
2004. 20살. 재수.
고3시절..
(나는 검정고시 봤으니 고3시절이라고 말하는건 좀 웃기지만,
그냥 19살이라던가 2003년이라고 하는 것 보다는 좀 쉽게 와 닿으니까 편의상 고3시절이라고 하는거야.)
수능이 끝난 후 지금까지 뿌듯한 충만감을 느껴보지 못했어.
나는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일까?
2001년. 고등학교에 갓 올라갔을 때,
정말 쉽게 자퇴를 결정해버렸다.
이유는 두 가지였어.
첫째, 원주고등학교는 남고였다는 사실. 3년 내내 남자들만 보고 살 자신이 없었다.
(이런 얘기 진지하게 하면 이상한 건가?)
둘째, 학교에 대한 실망. 그래도 원주에서는 특목고인 과학고 빼고는 제일 낫다는 고등학교였는데
선생님들 수업도 마음에 안 들었고,
초.중학교는 집에서 가까운데서 다녔는데 등하교에 두 시간씩 걸린다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어.
얘들이 포르노 CD 가져와서 떠들던 것도 당시 순수하던 내겐 굉장한 충격이었고.
대충 보니까 굳이 학교에서 배울 필요가 없더라고.
빨리 고교과정 마치고 대학 가는 게 낫겠다 싶었지.
고등학교는 한 두어달 다녔던가..
자퇴하고나서 검정고시 준비하는 동안에는 그럭저럭 열심히 했어.
2002년 4월에 고등학교 졸업했지.
그리고 수능을 준비했는데, 이 때부터 많이 헤이해졌어.
그냥저냥도서관에서 시간 때우면서 놀았지.
수능을 보긴 봤는데, 400점 만점에 300점도 안 나왔던가?
자퇴할 때는 대학 1년 먼저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힘이 안 나더라구.
2003년. 남들 고3 시절이지.
이 때는 정말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여전히 노느라 바빴어.
공부 며칠 하다가, PC방이랑 만화방에서 며칠 눌러 살다가 하는 날들의 반복이었지.
수능 한 넉 달 앞두고 진짜 고3처럼 공부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제대로 공부했던 건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
수능 성적 발표 나오고,
대학에서 발표도 나오고,
너무 쉽게 재수를 결정해버렸어.
후회 안 하려고 하는데 이 때 진짜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아.
그냥 SKY 하위학과 지원하거나 붙은 대학 가는 것도 괜찮았는데,
그놈의 자존심..이 문제였지.
2004년. 재수생활.
교과과정이 크게 바뀌긴 했는데,
1년 동안 10점 정도만 올리면 된다는 생각에 미친듯이 놀았어.
어떤 날은 첫 차 타고 PC방에 가서 막차 타고 올 때까지 있을 때도 있었으니까.
이 때는 독하게 공부한 날이 열흘도 안 되는 것 같아.
나는 이 때 무너졌어.
그리고 연락 다 끊고 숨어버렸지.
수능 결과 나왔는데, 고3시절보다 전혀 오르지 않았더라고.
원서 접수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결국 원서 써보지도 못하고 마감일이 지나가버렸다.
그러니까 나는 고3 이후로 전혀 노력하지 않고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왔던 거야.
그동안 나는 거의 성장하지 못했어.
자신감도 많이 잃어버렸고.
무엇보다 열심히 노력한 후에 맛보는 그런 뿌듯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어.
자신감 상실.
연락하던 친구들과 연락 다 끊은 것도 이것 때문이야.
다들 열심히 살고 있을 텐데 혼자 못난짓 하면서 살고 있다는걸 나도 알고 있었어.
전혀 즐겁지 않은 생활이었는데 왜 그랬을까..
작년에 학교 휴학하고 지난달까지도 전력으로공부한 날이 하루도 없어.
이제부터다시 열심히 해 보려고 해.
그냥저냥 살아가는 것도 나쁜건 아닌데,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더라고.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려고 하는 거야.
일단, 앞으로 1년 동안.
지금 준비하는 감정평가사에 올인해 보는 거야.
다른건 몰라도 내 머리는 꽤나 쓸만하니까,
열심히 하면 문제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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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디서 봤는데, IQ 135 정도면 1~2% 정도 되고, 145 정도면 1% 안쪽이라고 하더라구.
나는 대충 1%쯤 될 거야.
지금까지 살면서 내 노력에 배신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
노력이 부족하면 부족했지 언제나 노력 이상의 결과를 얻었으니까.
심지어 내가 그렇게나 자신 없어하던 인간관계.
나는 아직도 인간관계에 서툴기는 하지만,
대학 생활하면서 내가 사교성 전무한 녀석은 아니라는걸 알았어.
뭐, 대학 갓 입학 했을 때와 복학했을 때 한두달 정도 웃고 떠들고 하다가
다시 자기세계..에 빠져버리긴 했지만.
아무튼
적어도 나는 지금까지
노력에 배신당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믿어.
---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다 라고
누군가 말했어.
인생은 고통스럽다 라고
생각해.
나는 무난한 삶을 살아왔어.
내 삶에는 불평할만한 일이 없었지.
나는 행운아야.
나는 누구도, 무엇도 비난할 수 없어.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지금의 내 삶,
이것은 온전히 내 탓이야.
내 탓.
---
감평사 1차 시험 한 달 남았어.
지금까지 워낙 놀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한 달간 죽어라 하면 되려나..
중요한건 내가 이제서야 정신을 차렸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붙었으면 좋겠다.
달려보자!
언제부터인가 미친듯이 영화/드라마/소설책을보는 게 당연하게 되었는데,
이젠 다시 스스로에게 당당한 나날들을 만들어 가 보자구.
멈춰버린 성장을 다시 시작할 때가 됐어.
후회는 언제나 늦기 때문에,
아무리 아쉬운 일이 있어도 앞을 보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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