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평 | Diary

나는 속이 좁다.
나는 게으르다.
나는 귀찮은 일을 싫어한다.
나는 착하다.
나는 악마를 품고 있다.
나는 자손심이 세다.
나는 뒤끝이 있다.
나는 소심하다.
나는 손익에 밝다.
나는 내가 제일 소중하다.
나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나는 내게 영향을 주는 불의를 참지 못한다.
나는 악습을 무시한다.

또 뭐가 있을까?
내 행동 패턴은 대략 저런 틀에서 결정된다.

예를 들어 내가 요즘 두목에게 틱틱대는 것은
내 기준에서 불의를 행하게 했고,
내가 받는 월급이 그 불의를 감당할만큼 높지가 않고,
두목에게 살살거리기엔 내가 그렇게까지 부지런을 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대단한 불의가 아닌 이상 신경쓰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인데,
내 좁은 속은 그것을 감당하는 것을 거부하고
내 게으름은 불의를 행함에 있어 내가 무엇인를 행하는 것을 거부한다.
그 일로 인해서 내가 귀찮아졌고, 내가 하려던 일에 지장이 생겼으며,
핑계 좋게도 그게 불의인 것이다.

회사에서의 내 미래와 업무량, 현재의 월급을 고려해서 양심을 팔 수도 있겠지만,
모두 다 내 기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두목과의 친분 역시.

내년으로 끝이지만 아직 이십대.
사춘기도 아니면서 생각이 많은 시기.

나는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싫어한다.
내가 피해를 입었을 때,
양심에 거슬리지 않고 충분히 분노할 수 있도록.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미 하기로 한 나쁜짓을 하는데 거스름이 없다.
여기서 이만큼 나는 쓰레기, 여기에 양심은 없다. 고 정해놓은 범위에서는.
누군가 내게 침을 뱉을 상황을 준비하고 있으면,
나도 누군가에게 침을 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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