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른다. | Diary

- 내 나이 스물 여섯.
대학교 도서관에 발을 들인지 십 년째 되는 나이다.
모든 것이 너무도 쉽게만 보이고,
무든 것이 너무도 우습게만 보이고,
모든 것이 너무도 싫기만 했던 시절,
고등학교를 박차고 나가던 시절이 흐릿해질 무렵이다.

열일곱의 나는 그 때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스물여섯 남자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영화 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보면 나도 꽤나 극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십 년 후,

그 남자는 자신이 공부하던 도서관을 바라보며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하고, 한 줄 자막으로 십 년을 정리하고는 가끔씩 회상 장면을 넣어주는 정도면 충분할 터이다.


- 오래전 여자아이와 남녀평등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적절치 못했던 주제가 아니었던가 싶지만.
[종교문제를 꺼리로 삼은 것만큼이나]

어쨌든,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남녀평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정적이다.
그냥 마냥 부정적인 게 아니라,
남녀 고용비율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들먹이며 남녀평등을 말하는 사람들이 싫다.
지금 도서관에 앉아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남자다.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남자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대해 말하는 남자들은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어머니가 없는 것일까?
앞으로 딸자식은 절대로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심심할 때 잠시 흥미거리가 될 수 있는 소재이긴 하지만 이성과 진지하게 토론할만한 주제는 아니다.
나도, 너도, 누구도 소중하니까.


- 아침에 샤워하며 오랜만에 피를 흘렸다.
오랜만에 내 붉은 피를 보니 조금쯤 반갑기도 하고,
예전처럼 멎지 않아 고생하지 않는 것도 반갑기도 하고,
버스 시간에 쫓겨 서둘러 틀어막아야 한다는 것이 조금쯤 아쉽기조차 했다.
나쁘지 않았다.

매일 피를 줄줄 쏟더라도 예전 그 때처럼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
오늘처럼 부끄럽게 그러지 말고.


- 가끔 밥을 먹다보면 아, 이거 조금 있다 자연이 부르겠구나 싶을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그렇게 먹으면서 느낌이 오는 걸까?
아무튼 그럴 때에는 매번 고민을 한다.
어차피 제대로 소화를 못 시킬 텐데 그만 먹을까?
많이 먹으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영양분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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