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암기를 무시하는가. |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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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는 위대하다.
하지만 우리는 은근히 암기를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

닥치고 암기.
무조검 암기.
그저 암기.
등등 ..

왜 그럴까.

나는 종종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내가 암기 능력이 좀 떨어져..

나름대로 자기 위안이었던 것 같다.
암기 능력이 떨어지지만 그게 대수인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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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예로 들어보자.
a^2 + b^2 = c^2
이 식을 이해한다고해도 암기하지 않으면 써먹기 곤란하다.
(이런 간단한 식은 외우려하지 않아도 저절로 외워지지만 간단한 예를 든 것 뿐이다.)
매번 증명해서 문제를 풀 것인가?
(내가 수능 수학을 공부할 때,
삼차식의 인수분해를 매번 증명해서 풀어야지 하며 외우지 않았었다. 미친..)
그럼 이해하지 못하고 외우기만 한 사람은 어떨까?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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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암기가 있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이해능력이 좋은 사람과 암기능력이 좋은 사람 중 어느쪽이 유리할까?
나는 암기라고 본다.
이십오년간 살아오며 (공부하면서) 무엇인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그렇게 머리 쓸 일이 많지 않다는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문제되는 것은 암기이다.
좀 더 살아보면 달라질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남들 한번 보고 이해하는 걸 두세번 봐야 이해된다는 당신,
실망할 것 없다. 어차피 빨리 이해하는 녀석도 외워야 하니까.
그 녀석이 더 잘 외운다고?
이런,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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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없을 것 같다.
무수히 많은 방법들만 있을뿐.

어렸을 때 저린 손을 부여잡고 펜을 굴리게 만들던 '빽빽이'도 그 중 한 방법일 테지.

로자노프 암기법이라는 것이 있다.
듣기로는 구소련에서 타국 언어를 가르치는 스파이 교육할 때에도 쓰였다고 하던데..
어떤 문장을 읽어주는데, 매번 다르게 읽어준다.
평범하게 한 번, 박자를 넣어서 한 번, 소리 높여 한번, 낮은 소리로 또 한번.
확실히 괜찮은 방법이다.

강의하며 성적인 농담을 던지는 강사들이 있다.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말초신경을 자극해서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을 테지.

가능하다면 시각, 청각, 촉각, 후각, 감성까지 모두 자극해서 암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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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원평가제 시행한다고 떠들고 있다.
적어도 초등학교까지는, 아니 어느정도는 중학교까지도 선생님은 '신'이다.
어떤 선생님이든 충분한 권위를 세워줄 필요가 있다.

생각해보자.
거지에게 천 원짜리 동냥을 주었더니 '성공하려면 매일아침 열 번씩 웃으세요.'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을 것인가.
성공한 사업가의 세미나에 갔더니 거지와 같은 말을 해주었다.(거지 같은 말)
그 말을 실천하기가 쉬울 것이다.
어느정도 '검증'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교사가 빽빽이 과제를 주었다.
학생이 교사를 신뢰한다면 두말 없이 과제를 해 가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이딴 짓을 왜 해야 하는 거야!'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분명 비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은 무슨짓을 시키든 알아서 잘 한다.
그것보다는 '시켜야만 하는' 혹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대다수의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
최선의 방법이 아니더라도 차선일지도 모르는 무식한 빽빽이를 던져버리고 TV를 볼지도 모른다.
(아아.. 정말 조악한 예로구나.)

도대체 교원평가제를 도입해서 교사의 권위를 실추시켜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좋은 평가를 받은 교사 역시 권위에 손상을 입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평가 받는 신도 있던가.
중학교 때 선생님 중 '교권신수설'을 주장하던 분이 계셨다.
솔직히 웃음이 났지만 학생은 교사를 믿을 필요가 있다.
설사 믿음직스럽지 못한 교사일지라도.
(좋은 교사를 교단에 세워달라!)

정말 덜 된 교사가 있다면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알아서 조용히 처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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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기를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고교 이후의 교사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있으면 좋을 수도 있고, 없으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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