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제주도. 목적이 있는 제주도 방문 | Diary

10월 7일 ~ 10월 11일 일정으로 제주도 내려왔다.

내 생에 첫 제주도 방문이지만 여행은 단 한 순간도 없었고,

교육과 휴식이 전부인 제주 '방문'이다.


10월 7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부랴부랴 대충 아침 주워 먹고 나왔는데

6시 20분에 예약했던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6시 5분경 도착했는데 발권이 20분 전까지만 된다고...

급하게 티켓 취소하고 다른 비행기 타고 제주도로 내려왔다.

제주도에서 버스를 타고 또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무슨 면사무소 앞.

버스에서 안내방송이 나오기는 했는데, 

전혀 맞지 않는 방송이 나와서 하마터면 목적지를 지나칠뻔 했다.

뭔가 기분이 이상해서 기사분께 여쭤봤는데 

맙소사.

마침 거기가 내가 내릴 곳이었다.

마침내 내 이번 제주 방문 목적인 강사님과 만나게 되었다.

프리다이빙.

최근 내가 꽂힌 취미다.

어렸을 때 자전거 가끔 타던 이후로 몸으로 하는 취미로는 처음이 아닐까.


수영장에서 간단한 테스트 겸 훈련을 진행하고 바다로 향했다.

가는 동안 역시 제주도라 그런지 예쁜 풍경이 많이 보였지만 그게 지금 내 눈에 들어올 때가 아니다.

첫 해양 트레이닝.

이번 여행의 목적은 프리다이빙 라이센스인 AIDA 2, 3 과정을 마치는 것이다.

가볍게 몸을 풀고 AIDA 2 기준인 수심 16미터까지 내려갔다 왔다.

수영장에서 이미 많은 체력을 소모하고 해양 교육까지 마치고 나자 몸이 만신창이가 됐다.

역시 이놈의 저질 체력은 어디 안 간다.

가볍게 저녁을 먹고 일찍 잠이 들었다.

오늘 수심 16미터 내려가면서 내가 과연 다음 과정까지 잘 마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새벽에 한참 뒤척인 밤이었다.


10월 8일.

오늘은 무척이나 사나운 바다를 경험하고 왔다.

안 그래도 더 내려가기 무서운데 파도까지 높게 밀려오니 모든걸 파도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들었다.

다행이 어제 내려가면서 나는 여기까지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수심 16미터는 이제 가볍게 내려갈 수 있게 되었고,

오늘은 어제 같은 기분을 수심 19미터에서 느끼게 됐다.

어제는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오늘은 걱정하지 않는다.

내일은 다 잘 될거야.


10월 9일.

흔히 말하는 장판 같은 바다를 경험하고 왔다.

잔잔한 바다 위에서 편안하게 마지막 교육을 마치고 왔다.

예상대로 어제 내 한계처럼 느껴지던 19미터는 이미 너무나 편안한 수심이 되어 있었고,

이번에는 23미터에서 또다시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이런 한계를 경험해본 건 겨우 세 번째지만 예상했던 터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교육을 제대로 마쳤다는 기분을 내기 위해 24미터 정도까지 조금은 무리해서 더 내려가긴 했는데

다음번에는 23미터부터 다시 시작하는게 낫지 않을까?

목표했던 바를 이루고 나니 여유로움이 밀려온다.

좋았던 하루.


10월 10일.

지난 3일간 조금 무리를 했던 탓인지, 

어제 교육 마치고 늦게까지 알콜과 함께 뒤풀이를 했던 탓인지 게스트하우스에서 종일 뒹굴였다.

많이 마신건 아니고 맛만 봤지만 고량주, 와인, 맥주, 소주를 골고루 마셨다.

첫 제주도 방문이지만 관광은 무슨, 내일도 그냥 쉬다가 올라갈 거다.


10월은 9일까지 계속 연휴였고, 나는 11일까지 휴일이다.

이달 말에는 6일 일정으로 세부도 다녀올 텐데 

덕분에 이번달 지출은 완전 상승이고 수입은 완전 바닥 예상이다.


내 1차 목표 수심인 40미터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서 조만간 

몇 개월 일정으로 아니 어쩌면 일정이란걸 생각지 않고 이집트 다합으로 교육을 다녀올까 고민중이다.

과연 바다가 나를 얼마나 깊이 품어줄지 궁금하다.


내 생각대로 안 풀리는 일이 거의 없다.

나 요즘 좀 행복한 것 같다.

장기 여행은 기회비용을 따지면 좀 부담 되는건 사실이지만 뭐 돈이야 몇 달 안 벌면 어때.

내가 그동안 공부한답시고 날린 시간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건 그런데... 어려서부터 돈에 굉장히 민감했던 이 성격은 평생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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