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뮤지컬] 춘향 후기 | Review
마지막으로 혜화역에 내려본지 닷새 째 되는 날이다.
그 사이 한 정거장 더 간 한성대 역에서 공연을 본 적이 있긴 하지만,
벌써 굉장히 오랫동안 안 간 느낌이다.
무척 오랜만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을 찾았다.
하긴 지금은 어딜 가도 2년만에 가는 것이긴 하다.
얼마전 2년만에 코엑스에 다녀왔고,
2년만에 예술의전당에 다녀왔고,
2년만에...
얼마전 안경을 새로 하며 물어보니 교정시력을 0.8 이상 맞춰주지 않는다고 했다.
배우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데..
(때문에 뒤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적은 거의 없다.)
앞으론 일회용 렌즈라도 사야할까 고민하며 관람했다.
1층 맨 뒷좌석, 시력이 1.5정도 되면 배우들 얼굴이 보이겠지.. 하면서 말이다.
춘향은 창극이다.
사실 일반적인 뮤지컬에 판소리 형식을 가미했거나 창을 가미한 공연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서
처음엔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곧 공연에 푹 빠져버렸다.
평소 듣던 소리가 아니라 가끔 한번에 인식이 안 될 때에는 자막을 보았다.
한글 자막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창극은 처음 보는데,
아마도 이 공연은 현대인들에게 맞추어 제작된 공연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통적인 창극이 이렇게 재미있을리 없다.
시종일관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극에 빠져들 수 있었다.
춘향의 소리가 제일 마음에 들었는데,
환희에 찬 소리와 비탄에 젖은 소리 같은 감정표현을 정말 잘 했다.
좋은 공연이었고,
별점도 네 개 반 정도 주고 싶은 공연이지만,
몇 가지 지적할만한 게 눈에 띄었다.
우선 농부들..
이건 이번 공연에서만의 실수일 것이다.
한 농부의 콧수염이 떨어지려 하는지 계속 손으로 만지면서 행동도 어색하고 했는데 퇴장할 때까지 내내 거슬렸다.
그리고 관원들의 군무였던가..
중간중간 기합소리가 좀 더 커서 음악에 묻히지 않았다면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 될 수도 있었을 듯 싶다.
안무 자체가 조금 단순하고 조잡했던가..
이몽룡으로 나온 배우는,
후반부에 급격히 버벅이는 모습을 보여주어 아쉬웠다.
장장 세 시간에 걸친 공였이었던만큼 이해해줄 소지는 있지만,
어느 순간 한번 실수를 시작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당황한 건지 원래 연습이 부족했던 것인지
불안불안했다.
몇 가지 지적하긴 했지만 좋은 공연이었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도 괜찮을 공연이었다.
중학생 때 시험 보다 들은 '쑥대~머리, 구~신 형용`이라든가
'사랑사랑 내사랑아' 같이 귀에 익은 소리들도 반가웠다.
관람객들이 중장년층이 주를 이뤘는데,
좀 더 어린 학생들이 춘향전으로만 읽던 작품을 이런 기회를 통해 보는 것도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도 충분하지만 계속 담금질을 계속해서 오래가는 공연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창극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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